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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굵은 장맛비 내린 날, 몇 사람이 저녁을 같이 한 적이 있다. 서울에서 가장 멋있게 빗소리를 들으며 밥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어디냐 등 운치 있는 이야기가 오가다가 한 분이 “아, 나 요즘 부자가 되는 법 책을 읽고 있는데…” 해서 모두들 조용해졌다. “뭐래요?” 모든 사람들 시선이 그분에게 모아졌다. “결론은 아주 간단해요. 스무 살에서 마흔 살 사이에 결판난다는 거요.” 이미 40을 훨씬 넘긴 사람들이라 맥이 탁 빠지는 얘기. 그러나 ‘돈벌이’ 화제가 간단히 가라앉을 수 없다. “왜 그렇대요?” 책 속의 논리는 한 번 더 우리들을 맥 빠지게 했다. “뭐 벼락부자에 부동산 재벌 얘기들이 많지만 이 저자의 통계분석에 따르면 부자가 된 사람들은 빠짐없이 꾸준히 은행 저축을 한 사람들이라는 거예요. 그것도 확실한 것은 스무 살에서 마흔 살 사이에 저축을 한 거라는 거죠.” 듣는 순간 나의 흘러간 20년이 떠올라 ‘역시 할 수 없구나’ 하는 가벼운 좌절감 같은 것이 현기증처럼 지나갔다.^^;; 아마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이들이 저마다 그랬을 것 같다. ![]() 나는 한때 직장 동료 한 분의 “아이들에게 저금통장을 갖지 못하도록 했다”는 말 한마디에 그분을 존경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에서 ‘한 사람 한 통장 갖기’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통장을 갖게 되면 돈에 대한 집착, 사유재산에 대한 욕심만 생기게 될까봐” 정부 시책에 맞섰다는 그 용기가 정말 남다르고 훌륭해 보였던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회의가 많던 시절이었다.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외국에서 자라난 나의 큰조카가 초등학생 때 서울에 잠깐 왔을 때였다. 사사건건 돈만 따지는 데 나는 그만 질려버렸다. 이 어린아이가 왜 이렇게 “돈, 돈, 돈” 하는지, 야박하고 천박한 미국물이 들었구나 걱정이 됐었다. 신문사 중견기자 때 대학 후배가 수습기자로 들어왔는데 어느 날 보니 그는 저금통장을 갖고 있었다. 그 박봉에… 나는 집에서 의식주를 다 해결해주고 있는데도 월급이 모자라 매달 어머니께 손 벌려왔는데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기자를 하겠다는 사람이 돈부터 챙기니 시대가 변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돈 모으는 재미를 붙이면 부패 유혹에 약해지지 않을까… 한탄과 걱정을 동시에 했었다. 나의 20대와 30대는 그렇게 지나갔다. 돈에 밝다거나 자기 앞부터 챙기는 일들을 이 사회 제일 아랫길인 양 생각해왔던 것이다. 비록 나 자신은 돈이 없지만, 그러나 돈에 발발 떤다거나, 거꾸로 돈 자랑을 한다거나, 또는 ‘돈 때문에’라는 구실로 원치 않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거침없이 경멸했다. 돈과 연결되면 타락으로 생각됐고 적어도 나 자신은 ‘돈의 노예’가 되지 말아야지, 다짐도 했다. 정말 우둔했던 청춘시절이다!!^^ 한쪽 면만 보고 판단하려는 어리석음에다 자만까지 잔뜩 붙어 있었던 청년기였다. ![]() 지금 생각해보면 근거 없이 돈에 대한 거부감을 키워왔던 것 같다. 아마도 가난했던 우리 부모세대들이 돈 없이도 당당할 수 있도록 자존심을 대신 키워주느라 그렇게 교육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교과서에 나온 ‘황금을 돌처럼 보라’는 말도 사실 한편으론 너무 황당한 얘기가 아닌가. 우리 경제 교육의 결정적인 약점처럼 보인다. “남의 손에 쥐어진 황금은 내 손의 돌보다 못하다”라든지 “훔친 황금은 불행의 씨앗이다” 등등 이유를 확실하게 붙였어야 하는 것 아닌가?^^ 괜히 ‘돈(황금)’을 천시해온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조선조 이래 우리들 이중적 태도의 커다란 불씨가 아니었나 싶다. 떳떳한 돈, 당당한 부자를 치켜세우는 교육을 받았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크다. 나의 경우, 그 정도를 깨닫게 된 것은 정말 아이러니컬하게도 나이 40쯤 돼서다. 이 고도 산업사회에 살면서 경제 마인드가 돼 있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을 해보게 됐다. 남들은 부자의 길을 다 닦아놓았을 그 나이에 비로소 돈의 의미를 똑바로 챙겨보려고 했으니…. 개인적인 후진성이라 탓하면서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를 덮고 있는 가면의 한 예를 살고 있었다는 분석도 해봤다. 물론 돈에 대해 별로 가치를 두지 않았던 덕에 몇 가지 좋은 점은 생겨났다. 돈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다고나 할까. 돈이 없어도 부끄러워하거나 비굴해지지 않는 자세, 나아가 돈에 대한 집착이 덜하다는 점…. 나는 축복처럼 느낀다. 돈에 집착하는 것만큼 가난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많은 사람 중에서 늘 “돈 없다”고 걱정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나는 속으로 그분이야말로 누구보다 가난하다고 생각했다. 충분히 잘살고 있으면서 항상 불안해하는 것, 좀 더 있었으면 하고 갈망하는 것, 히딩크식으로 표현하면 배고파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난이 아닐까. 언젠가 나는 책에서 “돈(Money)과 부(Wealth)는 다르다”라는 대목을 읽고 감탄한 적이 있다. 돈이 많다고 다 부자는 아니라는 그 뜻이 너무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내 나름으로 ‘돈이 없어도 부자처럼 살 수 있다’는 마음의 부자, 돈에 집착하지 않는 자세를 행복의 조건으로 새겼었다. ![]() “아, 그리고 또 있어요. 부자가 된 사람들의 습관을 보면 거의가 아침 일찍 일어나 일하는 사람이라고 해요. 요즘 말하는 아침형 인간에 많다는 거지요. 통계적으로.” 와아~, 우리들은 모두 웃었다. “그건 누구나 다 아는 거죠.” 합창을 했다. 작은 돈을 크게 생각하라, 일상생활에서 숫자를 생활화하라. 시간과 정성 등 모든 사물은 돈으로 환산하라, 신용을 지키라, 무슨 일이건 미루지 않고 당장 실천에 뛰어들라, 어렵고 힘든 일부터 해결하는 부지런한 사람들만 부자가 된다…. 요즘 우리 주변에선 건강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돈 벌기, 부자 되기에 열심들이라 ‘부자가 되는 매너’들이 퀴즈 정답처럼 사람들의 상식이 되고 있다. 여름 저녁 모임이 부자 되는 법이란 화제로 무르익었을 때 누가 찬물을 끼얹었다. “어떻게 하면 된다는 것은 다 잘 알고 있지만, 글쎄 아무나 되나요?” 결국 화제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부자가 된 사람들은 스무 살에서 마흔 살 사이에 저축을 한 사람들이다.” 나 자신은 그렇게 못했지만 나는 이 말을 되씹으며 참 좋은 지적이다,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20년간 저축한 돈이 부자를 만든다기보다 그렇게 꾸준하게 저축하는 매너가 바로 부자의 길로 안내할 것이라는 뜻으로 새겨졌다. 돈에 대한 성숙한 매너. 만일 누가 스무 살 때부터 꾸준히 저축하며 모아가는 즐거움을 맛본다면 그는 이미 부자처럼 살고 있는 셈이란 생각도 든다. 그리고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실천하는 매너. 이 세상에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돈 많은 부자에다 훌륭한 부자, 사회 사업 많이 하는 부자, 존경 받는 부자…. 하지만 아무나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도 너무 잘 알기에,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는 것 자체도 대단한 것 아닌가? 만일 스무 살 때부터 저축하며 쌓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그 꿈이 있을 것이고, 나아가 언젠가는 현실로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확실한 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미 부자라고 생각한다. 희망을 갖고 있다는 것만큼 소중한 재산은 없으니까. 요즘 나에게 제일 부러운 사람은 “그래요. 나 돈 좀 있습니다. 부자입니다. 엄청나게 노력하고 일해서 번 돈입니다”라고 당당하게 자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특히 20에서 40 사이의, 저축으로 부자가 될 꿈을 꿀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이 부럽다. 후회 없이 꿈을 키워가라고 큰 소리로 말해주고 싶다. “당당한 부~자 되세요.” |
출처 : 부자,20세 부터 40세 사이에 결정난다고?
글쓴이 : 아네모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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